영화라는 매체만큼 시각(비주얼)에 진심인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면 시각적 잔상은 경험적 기억으로 남아 저마다의 해법으로 정리된 채 뇌 속 어딘가에 저장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 영화를 머릿속에서 꺼내어 볼 때쯤에는 똑같이 INPUT 된 영상이었는데도 묘하게 각자 다르게 OUTPUT 되는 걸 보게 된다. 참 신기하다. 잘은 모르지만 이것은 인간이 백이면 백 서로 다른 개체로서 생각의 구조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이런 이유에서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의 머릿속에 오래가는 인상, 또는 좋은 기억을 남기려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등장인물이다. 화려한 액션도 시선을 압도하는 스케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사람이고 영화 속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이야기할 때 인물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일 테고 그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면 그것은 영화 속 인물이 그렇게 작용한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속 인물은 누구일까? 몇몇 캐릭터가 머릿속을 스치는 중에 딱 떠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인디아나 존스!
주인공 이름이 영화 제목
동명의 제목인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총 5편으로 엮어진 시리즈물이다. 주인공 이름을 영화의 제목으로 쓴 것만 봐도 인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인디아나 존스를 빼고 얘기를 끌고 갈 수 없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 영화의 시작과 끝엔 언제나 인디아나 존스가 있다.
동일시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마치 배우 본인인 것처럼 연기하는 배우 헤리슨 포드. 한때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연기자라는 칭호를 들었었던 연기자 헤리슨 포드는 이제 세상에 없어진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배우는 인디아나 존스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에어포스 원’ 이랄지 ‘도망자’ ‘도망자’라는 영화에서 다른 배역의 연기를 봤지만 그 속에서도 헨리 존스 박사가 보일 정도로 이제 하나가 되어버린 느낌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다 가진 남자
인디아나 존스, 극 중 본명 헨리 월턴 존스 주니어는 많은 걸 가진 남자이다. 사실 영화 속에서는 깨지고 다치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고생을 하지만 인물 자체만 보면 멋지기 짝이 없다. 기본적으로 외모가 받쳐주고 고고학자이며 저명한 대학교수인 데다가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온갖 위험들을 어설프지만 통쾌하게 무찌르는 만능 캐릭터인 것이다. 게다가 이성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완벽한 남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고고학을 너무도 사랑하는 진정 어린 열정과 순간순간 번뜩이는 판단과 센스, 모험을 무릅쓰고 정의에 앞장서는 거칠 것 없는 용기는 내가 어린 시절 바라던 멋진 남자의 모습 그대로이다.
거장이 함께 만든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 시리즈는 두 명의 거장에 의해 만들어졌다. 감독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각본, 제작을 맡은 조지루카스. 두 거장은 당연히 인디아나 존스 인물에도 그들의 정성을 넣었을 것이다.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는 이렇게 엄청난 스펙까지 겸비하였던 것이다. 태어났는데 금수저였던 샘이다.
작별을 고한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는 동시대의 거장들에 의해 나타나고 사라졌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루카스, 헤리슨 포드는 모두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고 활동했다. 2살 터울의 또래인데 이 셋은 이제 영화계의 선셋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마지막 5편은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지도 못했고 영화 속 헤리슨 포드의 처진 가슴살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누가 먼저일지 모르지만 셋은 모두 세상과 이별을 할 텐데 그러기에 앞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5편을 마지막으로 먼저 우리에게 이별을 고했다.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테고 이를 만들었던 감독, 각본, 제작자 모두가 사라지면 나의 마음은 한편 서운하겠지만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가 남긴 중절모와 채찍은 세상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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