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영화
영화는 다양한 만족감을 주기 위해 제작된다. 감동을 주려고도 하고 슬프게 울리려고도 하고 환호성을 지르게도 하며 때론 교훈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지향점을 차치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의 덕목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재미이다. 결론적으로 영화가 재미있으면 모든 설명이 한 번에 해결된다. 그 어떤 영화도 재미를 잃으면 이야기의 끝까지 집중해서 쫓아가기가 참 곤욕인 것이다. 나에게 누군가 여태껏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무엇이냐고 대뜸 묻는다면 난 이 영화를 얘기할 것이다.
백 투더 퓨처!
모든 것이 완벽해
이것저것 세상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왕성하던 중2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시절 운 좋게도 난 이 영화를 만났다.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거장이 제작했다는 영화. 타임머신이 나온다는 영화. 이렇게만 알고 들어갔던 영화. 그리고, 결국 너무 재밌어서 누가 내 옆에서 같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없는 영화. 이 영화는 그랬다.
그전까지 재미로 치자면 단연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존스’였지만 백 투더 퓨처로 인해 단숨에 역전되어 버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 구조는 물론이고 긴박한 상황을 너무나 재치 있고 세련되게 묘사하고 풀어가는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거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통쾌한 액션씬과 흥미를 배가시키는 사운드트랙의 조합이 더욱 기분을 설레게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특히 ‘Huey Lewis and the News’가 부른 ‘The Power of Love’나 ‘Chuck Berry’가 부른 ‘Johnny B. Goode’를 좋아하는데 이 음악이 쓰였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완성 짓고 시리즈로서 성공할 수 있던 원동력은 주인공들의 임팩트 있는 캐릭터 설정이었던 같다. 마티, 브라운 박사, 비프, 로레인. 이름만 들어도 금방이라도 다시금 모여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꾸밀 것만 같은 입체감이 있다.
남자들의 로망 패키지
남녀를 구분하여 차별할 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생각의 구조가 다른 건 맞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액션과 자동차, 그리고 여자를 좋아한다. 물론 요즘은 인간의 삶이 많이 다채로워져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늘 괴롭힘을 당하던 빼빼마른 숙맥이 일진의 턱주가리를 한방에 날려 쓰러트리는 로망이랄지. 내가 원하는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을, 그것도 스포츠카 모양의 타임머신을 타보는 로망이랄지. 지켜만 보고 가슴앓이 하던 이성을 나의 여자로 만들어 보고 싶은 로망이랄지. 추가로 그렇게 꿈꾸던 일렉기타를 완벽하게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모습과 능수능란한 스케이드 보드 스킬까지도. 백 투더 퓨처는 이렇게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이 담겨있다. 쉽게 말해 남자들의 로망 패키지인 것이다.
서로 다른 듯 닮은 명장
백 투더 퓨처 시리즈 전편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했다. 그리고, 전편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그리고 그들은 오랜 시간 영화적 동반자로 지내왔다. 그러는 과정에서 저메키스는 스필버그의 멘토링을 받았다고 회자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그들의 영화를 지켜보면 닮은 구석이 꽤 많다. 무거운 이야기를 부드럽고 센스 있게 표현하는 능력부터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명쾌하게 재해석하는 능력까지. 심지어 그들은 톰행크스라는 명배우를 똑같이 자신의 영화 전면에 내놓기를 좋아한다. 가끔 ‘캐스트어웨이’, ‘터미널’, ‘포레스트검프’, ‘캐치 미 이프 유 캔’ 4편의 영화를 섞어놓으면 각각의 감독을 찾기가 순간 헛갈릴 때가 있을 정도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만의 영화 색으로 칠하기 위해 음악 파트너를 확실히 분리하고 있다. 저메키스는 앨런 실베스트리와 스필버그는 존 윌리엄스와 현재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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